수몰지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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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동 바보주막에서
연산동 바보주막에서 나 울리지 않을 자신 있어 라고 말하던 그대는 겨울이 가기 전에 떠났고 울지 않았지 도무지 그대는 잊혀지지 않고 봄은 영영 오지 않더군 낡은 영사기에 잡혀오는 화면에서조차 그대는 오래 머무는 법이 없지 그대의 웃음소리는 항상 겨울 저편에 있고, 잠시라도 우리가 하나되는 유일한 비상구... 난 숨을 죽이고 몰래 숨어들어 그 겨울에 유배된 채 그대와 한없이 오래 죽고 싶다 아, 그 눈부신 절...망 절망의 시린 파편들이 가슴에 와 박힐 즈음 비로소 THE END 자막이 떠오른다 다시 그대는 겨울에 떠나고 봄은 점점 더 멀어지고 눈 덮인 들판을 꿈속처럼 떠돌던 우리들의 겨울을, 몇 세기 후엔 더 이상 영사(映寫)하지 않는다 - 수몰지구 5 - 꽃잎이 흩날리는 어느 봄 날, 봉하막걸리 한 잔..
2021.05.28 -
문순태 징소리에서의 수몰지구
문순태 징소리에서의 수몰지구 햇빛 좋은 날 아침이면 눈물이 난다 밤새 게워낸 그리움의 편린 은빛 비늘로 온 하늘 가득 속절없이 매달려 이따금 비수처럼 시나브로 내 가슴에 부숴진다 비워낸 술잔만큼이나 매양 아물지 않는 기억 애오라지 술병 속에 스러져 울고 봄물 오른 계집의 허벅다리처럼 몸살나도록 개나리는 피어나는데... 우울한 새벽 空鳴도 없이 사라지는 안개 속에 흔들렸다 오...래...도...록 잔물결 일으키며 무시로 걸어오는 사람아, 햇빛 좋은 날 아침이면 차라리 눈물이 난다 - 수몰지구 11 전문 문순태의 단편 [징소리]는 수몰민들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소설은 댐이 건설되면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수몰민들의 애환과 서러움을 담아내고 있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것..
2021.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