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6. 23:25ㆍ소소한 일상
사진으로 만나는 파리 - 모던 보이 작가 권일
‘사진가 권일’이란 이름을 떠올리면 ‘모던 보이’ 이미지가 겹친다. 단정하다. 귀공자 스타일이란 수식어가 아니라 자신에게 엄격한.
그를 아는 이들은 한결같이 꾸밈없는 멋에 박수 보낸다. 평소 빈티지, 오래된 것, 손때 묻은 것들을 사랑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매무새는 관계에서 신뢰와 긴장감을 동반한다. 지켜온 자신감이자 이해하는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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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프랑스 파리에서 8일간 지내며 촬영한 사진들을 공개했다. 파리 풍물과 건조물, 사람들을 찍은 ‘장 외젠 앗제’가 살던 몽파르나스.
앗제 파인더에 잡힌 시대를 현재로 데려왔다. 갤러리에 걸려 있는 사진들을 보면 앗제와 만나고 있는 기분이 들 정도다.
몽파르나스는 오페라 무대 예술가, ‘루이자르 망데 다게르’가 ‘탕플 대로’라는 첫 번째 사진 작품을 남긴 도시다. 빅토르 위고가 ‘레미제라블’을 쓸 때 이곳 가난한 주민들을 모델로 했다. 20세기까지 가난한 동네 중 한 곳이었다는 말.
1,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있는 시기에 이곳에서 활동하던 예술가들을 통칭 ‘몽파르노’라 불렀다. 우리에게 익숙한 ‘몽마르트’가 예술가들 아지트였다면 몽파르나스는 이들이 마지막 장소로 택하기 좋은 곳이다. 걸맞게 묘지(墓地)도 있다. 모파상, 시몬 보부아르, 조르주 상드, 사르트르 등이 잠든 곳이다. 시라크 전 대통령도.
권일 작가는 도착 즉시 이 묘지에서 만레이, 브라사이 등을 먼저 찾았다. 사진가들이다. ‘사진은 삶의 마지막 포즈를 기억한다’는 평소 철학을 현장에서 재확인한 셈이다. 이후 그는 곧장 파리 시내를 걸어 다니며 그때를 불러냈다.
단 한 번도 지하철을 탄 적 없다. 이른 아침 빵 한 조각이면 자정까지 배고픔은 사치였다. 현재를 찍었지만 과거를 빠짐없이 찾아냈다.
23번째 개인전이자 초대전 제목이 ‘파리 셔츠’다. ‘슈트의 속옷’이라고 단정하는 시선을 바로 잡았다. 파리지엔에게 있어 ‘셔츠’는 ‘제2의 피부’다. 드러내지 않는 그들 삶은 셔츠는 그저 통로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사진가 권일 작품은 셔츠 속에 감춰진 그들 삶을 들추고 읽어냈다. 자유, 평등, 박애는 프랑스만 누리는 특권이 아니라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사진은 모두 흑백이다. 이전 그가 결정적으로 사용하던 컬러는 딱 한 점뿐이다. 서울 동대문 디디피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장소에 등장하는 오른쪽 맨 끝 여자. 나머지는 무심한 듯 유심하게 거리를 장식하는 모든 피사체를 남김없이 찍었다. 그가 ‘앗제’를 잊지 못한 이유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난, 이 사진전에서 화가 에드워드 호프 작품도 이상하게 연상됐다. 부유(浮遊)하는 도시 이미지들을.
사진가 권일 작품은 ‘살롱 사진’이 아니다. 앞서 그를 모던 보이라 칭한 이유가 있다. 패셔니스트이지만 멋이 아니라 맛이다. 그에게만 있는 맛.
사진가 권일은 시대를 읽는 힘이 있다. 오랜 기간 쓰레기 매립장, 재활용 수집소, 폐기물 등을 재해석해왔다. 파인더에 잡은 피사체마다 생명을 다시 얻었다.
살롱 작가라고 눈 흘기는 이들은 사진가 권일 방식이 성에 안 차는 불평에 불과하다. 시인 김수영과 시인 박인환이 불화(不和)했듯. ‘신문 기사만도 못한 시’라고 몰아 부쳤지만 김수영도 그를 시샘했다. 와인을 즐긴다 해서 그를 소주파와 떼놓는 불상사를 저지를 일은 아니다.
그가 파리에서 보고 찍고 남긴 스케치는 미라보와 퐁네프 다리에 두고 온 사랑 이야기만이 아니다.
갤러리에는 지난해 펴낸 사진집, 파리지엥((PARISien)도 만날 수 있다. 전시회장을 채운 사진들을 수록한. 이 사진집에는 사진에 대한 설명이 없다. 여행용 가이드북(guidebook)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진이 탄생한 파리. 180년이 지난 오늘 그가 거리에서 본 풍경은 무엇일까? 전시는 8월 9일까지 샤츠 갤러리에서 계속된다.
글. 이기철
<울산광역시 울주군 범서읍 대리1길 13-7. 052-244-0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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