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 한비자 여도지죄(餘桃之罪)

2022. 8. 19. 14:50소소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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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한비자, 미자하 "여도지죄(餘桃之罪)"

우리는 살아가면서 좋았던 시절 그때는 맞고, 세월이 흘러 상황이 변화하여 틀렸다고 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맞고 틀림의 대상은 한결같은데, 본인의 상황과 그에 따른 생각이 변화한 것이다. 대상이 잘못된 것인가, 자신이 잘못된 것인가?

한비자의 고사는 우리를 한 번쯤 생각하게 만든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  한비자, 미자하 "여도지죄 ( 餘桃之罪 )"


먹다 남은 복숭아를 먹인 죄라는 말로 총애를 받는 것이 도리어 죄를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는 뜻이다.

'한비자'의 세난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위나라 영공은 자신의 시중을 드는 여러 미동을 두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 뛰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미자하가 최고의 총애를 받았다. 미자하는 왕의 총애만을 믿고 방자한 행동을 일삼았다. 신하들은 미자하가 눈에 거슬렸고 언제 한번 제대로 걸리면 혼을 내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느 날 미자하는 모친이 병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밤에 몰래 임금의 수레를 훔쳐 타고 나갔다. 당시 위나라의 법에 따르면 왕의 허가 없이 왕의 수레를 타면 끔찍한 월형(발꿈치를 자르는 형벌)을 받게 되어 있었다. 이에 신하들은 미자하를 벌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게 된 영공은..

"이 얼마나 지극한 효성인가. 어미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월형을 각오하다니..!"

하며 미자하의 효심을 크게 칭찬했다. 또 하루는 미자하가 복숭아를 먹다가 맛이 너무 좋다며 반쯤 먹다 남은 복숭아를 왕에게 바쳤다. 그 광경을 지켜본 신하들은 미자하가 감히 자신이 먹던 복숭아를 군주에게 올렸으니 처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허나 이때도 영공은 기뻐하며 말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  한비자, 미자하 "여도지죄 ( 餘桃之罪 )"

이 얼마나 나를 생각하는 정이 깊은가. 그 맛있는 것을 다 먹지도 않고 과인에게 주다니.. 진정 너의 사랑을 알겠도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미자하의 용모와 인색이 변하고 이에 왕의 사랑이 식자 미자하는 간간히 꾸지람을 듣게 되었다. 어느 날 영공은 사소한 일로 미자하를 호되게 꾸짖었다.

이놈은 본래 성품이 좋지 못한 놈이다. 예전에 나를 속이고 수레를 탔으며 나에게 먹다 남은 복숭아를 주었도다.”

이처럼 한번 애정을 잃으면 이전에 칭찬받았던 일도 오히려 화가 되어 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애정과 증오도 세월과 사정에 따라 변화무쌍한 것을 가리킨 말이다.

한비자는 위의 고사를 들면서,

'미자하의 행동에는 처음과 끝이 변함이 없이 한결 같았는데 전에 어질다고 여겼던 일이 뒤에 가서 죄가 된 까닭은 임금의 사랑과 마음이 변화한 때문이다. 따라서 임금의 총애가 있으면 그 지혜가 합당해져서 더욱 더 친근해지고 미움이 있으면 그 지혜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죄가 되고 멀어지는 것이다. 때문에 임금에게 간언을 하거나 변호하려는 선비는 임금의 사랑과 미움을 잘 살핀 후에 유세하지 않으면 안된다.'

고 말하여 유세의 어려움을 말하고 있다.

요즘은 군도(君道)도 신도(臣道)도 없는 마키아벨리즘 적 권모술수(權謀術數)가 난무하는 '배신의 장미'가 활짝 핀 '잡놈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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