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마산 창동에 흐를 새 물을 기다리며

2022. 10. 28. 07:15소소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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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교육사랑 회원이신 정일근 시인께서 쓴 글로, 국제신문에 실린 글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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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창동

 

옛 마산 창동에 흐를 새 물을 기다리며

 

마산에 오시면 당신이 그리워하는 창동이 있습니다. 마산 하면 창동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저는 두 해 전 마산에 주소를 두고부터 창동과는 3.15대로를 사이에 두고 살고 있습니다. 제 사는 골목길을 빠져나와 건널목을 건너면 바로 창동입니다. 제가 창동을 찾아가는 길은 골목에서 골목으로 이어지는 애틋한 길입니다. 휘어지고 굽어지다 보면 사람이 사람에게 더욱 깊어지는 골목들이 창동에 있습니다.

 

창동은 1760년 조선시대 대동법 시행 이후 조창(漕倉)이 생긴 곳이어서 붙은 이름입니다. 실제로도 창동에는 2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골목이 현존하고 있습니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골목을 따라가면 노포들이 즐비한 곳에 창동의 맛이 있고 멋이 있습니다.

 

옛 마산은 1949년 시()가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창동은 마산의 도심으로 성장해왔습니다. 지금은 창원특례시로 통합되었지만, 마산이 전국 7대 도시였을 때 경남의 명동으로 불리며 날리던 곳이 창동이었습니다. 그 시절 창동은 평일에도 붐비고 주말과 휴일이면 인산인해의 인파가 몰려 여흘여흘 흘러가는 사람의 강과 같았습니다.

 

저도 20대에 창동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습니다. 2010년 마산 창원 진해가 통합되기 전 마산의 원도심이 창동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시절 창동은 문화예술의 1번지와 사랑방 역할까지 톡톡히 했습니다. 시인 묵객이 어울리던 그 말석에 막 시인 이름표를 단 제가 있었습니다.

 

오늘날 창동은 법으로 정한 법정동입니다. 창동을 품은 행정동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입니다. ‘오동추야 달이 밝아 오동동이냐라는 그 오동동입니다. 오동동이라 해서 오동나무에서 유래가 된 것은 아닙니다. 조창이 생긴 이래 만들어진 마을 중에서 오산(午山)과 동성(東城)을 합쳐 만들어진 마을 이름입니다. 창동은 크기가 작지만 오동동과 함께 여전히 옛 마산의 중심으로 남아 있습니다.

 

주민으로 살면서 오동동에 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오동동은 면적 1.84, 1612가구에 19201(202291일 기준)의 주민이, 47235반의 행정구역에서 살고 있습니다. 오동동은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오동동, 창동, 마산어시장 등을 찾아오는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입니다.

 

하지만 오동동 속의 창동은, 제가 보기엔 오래된 상처처럼 남아 주저앉아 있습니다. 그렇다고 다시 일어서고 싶은, 일어서 달려가고 싶은 창동의 꿈마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창동의 꿈에 대해 많은 사람이 문제보다 더 많은 대책을 목청 높여 이야기합니다. 행정이 나서 창동을 왕년으로 돌려놓겠다고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결코 시간은 누구도 되돌릴 수 없습니다.

 

창동의 어제가 있었기에 오늘이 존재합니다. 오늘이 있어 내일의 창동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왕년에 좋았던 시절로만 돌아가려는 회귀본능은 오히려 창동의 내일을 망칠지 모릅니다. 창동은 어제에서 탈피해 이제는 미래로 가야 합니다. 그 미래를 오늘의 창동에서 완벽한 에스키스를 그리고 건설해 나가야 합니다. 창동이 과거가 아닌 미래로 가는, 마산을 살리는 비상구가 되어야 합니다.

 

저는 창동이 MZ세대 젊은이들의 새 주소가 되길 희망합니다. 창동의 예술을 주도하는 세대교체가 필요할 때입니다. 그래야 창동이 젊어질 수 있습니다. 젊어져야 새로운 창동이 우뚝 설 수 있습니다. 새로운 세대가 만드는 문화와 예술이 새로운 창동을 만들 것입니다.

 

생각이 달라야 새로운 시간과 공간이 만들어집니다. 기성과는 다른 생각을 가진 세대에게 이제 낡은 창동의 주도권을 넘겨야 합니다. 그들이 그들 세대와 다음 세대를 위해 21세기형 새로운 창동 시대를 열도록 해야 합니다.

 

흔한 비유로 흘러간 물이 물레방아를 돌리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창동에는 새 물이 흘러야 합니다. 콸콸 몰려오는 새 물 같은 젊은 벗들이 만드는 창동을 보고 싶습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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