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 17. 17:39ㆍ소소한 일상
<2005년 마산클럽이라는 고향 사이트를 개설해 오픈하면서 작성한 글입니다. 마산클럽은 현재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마산이라는 지명은 이제 행정구역상의 구명(區名)으로만 존재합니다. 고향의 이름으로 기억되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불현 듯 고향 마산이 그리워 이 글을 올려봅니다.>
마산클럽을 열면서...
타지에서 사는 분들이 고향 마산 추억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아마도 합포만이라고도 불리는 마산 앞바다이지 싶습니다. 그건 아마도 아무런 대가 없이 안으로 안으로만 품는 따스한 어머니처럼 모든 희로애락을 포용하고 정화함으로써 우리들의 정신을 풍요롭게 살찌웠고, 그래서 수구초심의 근원이 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이렇듯 마산 앞바다는 우리들에게 그냥 바다가 아닙니다.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고 했지만 우리들의 고향 ‘내 고향 남쪽 바다’는 그리움에 늘 비에 젖습니다. 추억 속에서 마치 금가루를 뿌려 놓은 듯 그렇게 찬란하게 빛나다가도 어쩔 수 없이 고향에서 이탈한 현실은 고향 바다를 금세 비에 젖게 만듭니다. 아니 고향 바다가 비에 젖은 게 아니라 자신의 가슴이 비에 젖은 것이겠지요. 문득 애타게 그리워도 당장에 찾아갈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이런 심정을 만들어내었을 겁니다.
소설가 이문열이 50대 후반의 자신의 세대를 '가슴에 고향을 가진 마지막 세대'라고 운을 뗀 뒤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은 이 세상 어느 지도에도 없어서, 오로지 추억으로만 찾아갈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아마 이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여겨집니다.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바다가 우윳빛 안개에라도 싸일라치면 그대로 수묵화 속에 그려진 고요한 호수에 다름 아니었으며, 비라도 내리면 그 바다는 우리들을 그대로 무념무상(無念無想)의 세계로 이끌곤 했습니다. 우리들의 고향 가고파 마산은 그러했습니다.
우리는 고등교육을 마치고 고향에 남기도 하지만, 또 고향을 떠나기도 합니다. 남은 이에게 고향은 너무 익숙하여 푸근한 존재이지만, 떠난 이에게는 회귀(回歸)의 종착점이자 한없는 그리움의 대상이었을 겁니다.
사람이 홀로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고향을 등지고 살아갈 수는 더더욱 없습니다. 가슴에서만 존재하는 고향 마산을 이곳 ‘마산클럽’에서 함께 찾으려 합니다. 꿈에서조차 그리워한 ‘내 고향 남쪽 바다’를 찾아 향수(鄕愁)를 영원히 갈무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려 합니다.
고향에 계신 분들과 많은 출향인들이 ‘마산클럽’에서 만나, 그리운 사람에게 편지를 부치고 나오는 이의 어깨처럼 저마다 행복을 한아름씩 짊어지고 흥겨운 콧노래를 불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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