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범 시인, 길이 흐르면 산을 만나 경전이 된다

2021. 7. 11. 13:08오후 세詩

반응형

정규범 시인, 길이 흐르면 산을 만나 경전이 된다

 

정규범 시인. 길이 흐르면 산을 만나 경전이 된다


시집을 받게 되면 먼저 시인 스스로 쓴 자서(自序)에서 한참 머문다. 생각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시를 쓰고 시집을 냈는가에 대한 압축.

시인 정규범 시집,
’길이 흐르면 산을 만나 경전이 된다‘를 받아든 지 꽤 시간이 흘렀다. 제쳐둔 게 아니라 매일 한두 편씩 천천히 읽었다.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 때로는 이렇게 완행열차를 탄다.

5장으로 구성된 시집은 자연에 대한 겸손한 마음가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작은 사물이나 사연에도 눈길을 외면하지 않는 품이 고맙다.

 

#수입필기구 #수입볼펜 #수입만년필 #수입샤프 #수입연필 #수입수성펜 #수입멀티펜 도소매 쇼핑몰


시인이 길 위에서 만난 모든 것들에 대한 성찬(盛饌)이자 성찰(省察)이다. 겪어온 길, 경험, 나이테가 온전히 드러나 있다.

왜 그는 하필 시인이 되었을까?
’독백으로 행하는 구도의 길,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라.
거기서 시가 죽더라도
쓰러진 그 자리에서 별 하나 떠오르고
시의 넋은 죽순처럼 별빛 향해
뻗어 오를 것이다‘
<정규범 시, ‘퇴고’ 일부>

퇴고(推敲)는 밀고 당기는 일이다. 그러다 보면 어그러지고 부서지고 상흔(傷痕)이 남는다. 그들을 다시 가슴에 품어 경전(經典)을 만드는 일이다. 어찌, ‘언어들의 얼개를 짓는 일’이 쉽겠는가?

시인은 분명 ‘시대의 어둠’에 갇혀본 이다. ‘서로 어깨 드리워 능선 되고 준령 이루는 인연들이 늘어났음’ 좋겠다는 바람은 빈말이 아니다.


부드러운 능선이 마침내 험산 준령에 닿으면 경전이 있는 곳이다. 함께 가자는 독촉이 아니라 권유다. 그 동행 끝에 ‘아직 다가오지 않은 빛을 포착하는 언어’가 있다고.

시집은 독특하게 장(章)마다 에필로그가 있다. 각 장, 첫 시가 에필로그로 꾸며졌는데 마지막 장은 첫 시를 데려오지 않았다.

그냥, 시 ‘귀결’로 마무리한다. 자세히 보면 당연한 마침표다. 꿈, 사랑, 여정, 성찰 끝이 무엇이겠는가.

시들은 페이지를 넘길수록 선명해졌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제 언어라는 무기로 정제됐다. 시인이 결심했듯, ‘시대의 어둠을 보고 펜을 현재의 암흑에 담그며 써 내려가는 길’ 밖에 없다.



고마움을 전한다. 이 공간에서 이름을 나누고 눈길을 주었을 뿐이다. 평을 할 만큼 공부하지 못한 이라 보내준 시편에 대한 예의로 느낌표를 남긴다.

함께 수록된 캘리그래피 장예령 씨 작품도 마음에 쏙 든다. 글씨가 힘이 있되 부드럽다. 장강(長江)이 유유히 흐르도록 물꼬를 넓혀두었다.

장에령 캘리그라피

 



빛이 소리보다 빠르고 울음보다 절박할 때
나는 것들이 바람을 읽어내듯
삶의 정글에서
바람결에 잘려간 무늬를 찾아 헤매는
뼈 없는 짐승으로 살다가
금지된 동토에서 부피에 눌려 말더듬이가 될지라도

언어가 아닌 작품으로 말하는
진정한 칼을 가진 작가는
비로소 자기 말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투명한 햇살이 비치는 나뭇잎의 발음으로
하늘과 땅을 기록하며
말의 음계를 당길 줄 아는 시인이 튕기는
말의 운지법,
화석이 된 문체를 버리고
자신만의 향기로 시를 길러냅니다.

궁수자리 A가 놀다간 흔적을 담아내는
사유의 고비考備,
달빛이 물 건너오는 시간을 길어
허공의 기울기를 잽니다.

수많은 경계를 허물어
자신을 지키고
생의 독기를 헹궈내
하늘이 각을 세우지 않음을 압니다.

그리하여 우리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는 것.
그것이 우리의 영혼이 흘러가야 할 귀결점입니다.
<정규범 시, ’에필로그 : 귀결‘ 전부>

 


이기철님의 사치품? 커피


비엣남 커피를 마신다. ’쭝엔 상타오 8‘ 커피다. 신맛은 전혀 없고 고소하다. 헤이즐넛 향,
과하지 않은 분(粉) 냄새가 따라온다. 감당할만한 맛이다.

사람이나 먹을거리나 감당할 수 있는 정도까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날씨는 맑음 대신 흐림을 하늘이 선택한 모양이다. 소나기성 비도 내린단다.

글/사진. 이기철

#길이흐르면산을만나경전이된다 #정규범

정규범 시인이 이기철 시인께 보낸 연화
정규범 시인이 이기철님께 보낸 연화2

 



위 글은 나의 지인인 시인 이기철님이 정규범 시인의 '길이 흐르면 산을 만나 경전이 된다' 시집을 읽고 쓴 서정적 서평이다. 정규범 시인과 이기철 시인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