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어울리는 시 한 편 - 가을, 간이역에서
2021. 8. 23. 16:48ㆍ오후 세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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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어울리는 시 한 편 - 가을, 간이역에서
이 비 그치고 나면 가을.
가을은 사람이 그리운 계절이다.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건 아직 살아있다는 말.
가슴에 적어둔 가을 시 한 편 그리운 사람에게 보낼 수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다.
가을에 어울리는 시 한 편 남긴다.
부끄러운 가을 졸시(卒詩)다.
어떤 이에게는 전혀
가을에 어울리지 않는 시로 읽힐 수도 있겠다.
가을, 간이역에서
가을이 좋은데
그대는 오지 않았다
다시는 마주서지 못할
찬란한 이별이 숙명이었다면
바람보다 먼저 울지 말 것을
바람보다 먼저 헤어지지 말 것을
무채색 편지지에 쓴
앞서 작별한 이들의 사연은
먼 길 돌아 저기 지천에
걸음걸음 저마다 꽃말로 피어나고
갈피없이 달려온 영혼
텅 빈 그림자로 남아
바람보다 먼저 누워 서럽게 우는데
그대의 발자국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매일같이 부질없이 보낸
바람에도 싣지 못한 짧은 안부
행여나 다시 실어 나르건만
끝내 이르지 못하는 그 아득함
공유할 수 없는 옛이야기
한 조각 바람도 불지 않는
그 먼 저편에 그대는 숨어
차라리 내가 걸어오는 꿈을 꾸고 있을까
그때에도 지금도
차마 건네지 못한 한 마디
지도에도 없는 그곳에 가면
수줍은 바람보다 먼저 말할 수 있을까
기진(氣盡)한 나를 안아줄 그대가 서 있을까
이토록 가을이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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