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샹송 - 우체국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2021. 8. 10. 15:17ㆍ오후 세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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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샹송 - 우체국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청마 유치환은 사랑하는 것은 사랑받느니보다 행복하다고 했다. 그래서 에메랄드 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고 했다.
27년 전 그녀가 내게 엽서를 보내왔다. 이수익의 우울한 샹송. 그녀의 엽서로 이수익의 시를 처음 알았다. 세월의 구비마다, 우체국 옆을 지날 때마다 떠오르는 시다.
오늘도 우체국 앞을 지나왔다. 오후 3시. 우울한 샹송이 어울리는 시간이다. 수신처를 알 수 없는 그녀가 있는 그곳에 이번에는 내가 <우울한 샹송>을 보낸다.
우울한 샹송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풀잎 되어 젖어 있는
비애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의상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들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
어쩌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얼굴을 다치면서라도 소리 내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그리움을 가득 담은 편지 위에
애정의 핀을 꽂고 돌아들 간다
그때 그들 머리 위에서는
꽃불처럼 밝은 빛이 잠시 어리는데,
그것은 저려오는 내 발등 위에
행복에 찬 글씨를 써서 보이는데
나는 자꾸만 어두워져서
읽질 못하고,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기진한 발걸음이 다시
도어를 노크하면,
그때 나는 어떤 미소를 띠어
돌아온 사랑을 맞이할까
이수익, <우울한 샹송>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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