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23. 13:32ㆍ소소한 일상
대한민국의 미래 30년은 어떻게 될까? - 법륜 스님
법륜 스님께 듣는 대한민국 미래 30년. 대한민국의 현 위치와 미래에 대해 법륜 스님께서 <법륜 스님 희망 편지>로 전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현재를 진단해 보면
“먼저 현재 상황을 진단해 보면, 대한민국은 지금 굉장히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정치적인 양극화 때문에 분열이 매우 심하고, 경제적으로는 빈부격차로 인한 양극화가 아주 심한 데다가, 세대 간에도 양극화가 심하고, 젠더 이슈로 인한 갈등까지 겹쳐 많은 모순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구적인 차원에서는 환경 위기가 도래했고, 동아시아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라는 문제가 있으며, 한반도에서는 남북 간 갈등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현재 안팎으로 중첩된 갈등 국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생이라는 것이 나만 잘 산다고 되는 게 아니고, 이웃이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나의 행복도 달라진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내가 100만 원을 갖고 있다고 합시다. 나만 보면 부자라 할 수도 있고, 가난하다고 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웃 사람이 10만 원을 갖고 있으면 내가 부자가 되고, 이웃 사람이 1000만 원을 갖고 있으면 내가 가난뱅이가 됩니다. 이처럼 대한민국이 지금 문제가 있나 없나 하는 것도 대한민국 자체의 문제점도 있겠지만 이웃 나라들은 어떤가 비교해서 전망이 있다 없다 이렇게 평가할 수 있다는 거예요.
지금 세상이 위기처럼 보이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선진국이라 부르면서 지난 100년간 따라 배웠던 모범 국가들이 우리보다 더 방향성을 잃고 헤매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 배울 대상이 갑자기 사라지니까 우리도 방향성을 상실하고 혼란에 빠지게 된 게 아닌가 싶어요.
대한민국 내부적으로도 성장 동력을 상당 부분 소진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소진했다는 것을 꼭 나쁘게 볼 필요는 없고, 우리는 그동안 ‘따라 배우기’를 통해 성장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는 장점이 있었어요. 창조를 해야 했다면 시간이 많이 걸렸을 겁니다. 그러나 모방은 시행착오를 덜 해도 되니까 속도감 있게 성장했고, 지금은 우리가 최선봉에 다가섰기 때문에 앞으로는 우리 스스로 앞길을 만들어가야 할 상황이 된 거예요. 그러다 보니 시행착오도 좀 하면서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속도감 있게 달려왔는데 갑자기 속도가 줄어드니까 굉장히 답답하고 그래서 불평과 불만도 많아진 거예요. 특히 고속 성장 과정에서 세심하게 챙기지 못해 빈부격차가 벌어졌고, 이런 상대적 빈곤으로 인한 불만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은 무엇일까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볼 때, 저는 한국이 아직 경제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성장할 여력을 상당히 갖고 있다고 보는 편이에요. 종합적으로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긍정적 요소가 많아서 우리가 조금만 잘하면 지속적인 사회 발전을 좀 더 끌고 갈 수 있다고 봅니다.
미국이나 일본은 포물선의 꼭짓점을 지났고, 그래서 약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는 아직 포물선의 꼭짓점을 지나지 않아 속도가 느리지만 아직은 상승국면이고, 앞으로 포물선 꼭짓점까지 가는 동안 세계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지금은 포물선의 꼭짓점을 지나는 것을 최대한 미루면서 조금 더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로서는 조금 더 올라가는 셈이지만, 다른 나라들이 포물선의 꼭짓점을 지나 내려가기 때문에 여기서 격차가 벌어져 대한민국의 위상이 그만큼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봐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 위기에 대한 우리 방식의 독특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동안은 풍요로운 북유럽 국가들이 사회제도, 민주주의, 환경실천 측면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되어 왔는데요. 지금 한국이 대중문화 분야에서 세계의 관심을 크게 받고 있듯이, 다른 분야에서도 한국이 진일보한 대안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환경 문제, 주택 문제, 에너지 문제와 같은 전 세계적 문제에 대해 세계 여러 나라가 벤치마킹하기 위해 배우러 올 정도로 획기적인 대안 마련을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갈수록 격렬해지는 미국과 중국 간의 대결이 우리한테는 큰 도전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렇게 되든 저렇게 되든 우리가 잘만 대응하면 별로 불리한 여건이 아니라고 봅니다. 만약 이 패권 경쟁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하는 경우, 다시 말해 소련 해체와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에게 중국의 동북 지방에 대한 새로운 기회가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꾸로 미국의 대중국 억제가 실패해서 중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면 결국 21세기 중반 이후에는 세계 문명의 중심이 동아시아로 이동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이 갖고 있는 질적인 창조력과 중국이 갖고 있는 거대한 양적 규모가 결합하여 동아시아 문명의 중심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래 30년, 대한민국의 위치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대외적인 측면까지 고려해서 국가의 미래 설계를 좀 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한국은 ‘평화 국가’라든지 또는 ‘중견 국가’라든지 하는 방향을 잘 잡으면 역사적으로 강대국으로부터 많은 고통을 겪은 국가로서 국제 사회에서 앞장서서 평화를 유지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습니다. 국제 사회에서 위압적인 강대국이 되자는 얘기가 아니에요. 지금 대한민국은 많은 국가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모범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국제 사회에 큰 공헌을 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미국이나 중국이 이런 일을 하면, 다른 나라들은 그들 문화를 따라 하거나 속국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고, 나아가 한국이 세계 평화에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되면, 다른 나라 사람들은 한국에 예속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런 유리한 입지 덕분에 우리가 먼저 세계적인 문제들을 잘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세계 평화와 세계인들의 행복을 이끌어 나가는 데 크게 이바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나라가 예속될 것이라는 걱정 없이 우리의 시스템을 도입하면 자기 나라의 발전을 위해 더 쉽게 이 시스템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저는 문화적 한류뿐만 아니라 많은 분야에서 한류를 세계화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봐요.
이렇게 볼 때 우리에게 닥친 과제들이 어렵기는 하지만 우리가 조금만 잘하면 오히려 세계적인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서 핵심은 한국의 정치인들이 극단적으로 대립하기보다 협치가 가능한 정치 시스템을 마련하는 거예요. 우선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해 합의하고, 그다음에 한국과 북한이 일본과의 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합의해야 합니다.
협치가 가능한 정치 시스템
그 다음에 중국으로 너무 기울어진다는 보수 세력의 우려는 기본적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더 돈독히 함으로써 해소해 나가야 해요. 대신 북한 문제에 대한 적대감을 보수 세력이 좀 풀어 주어야 합니다. 일본과의 문제도 서로의 공로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해요. 그러면서 진보와 보수가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가면서 동시에 적절한 경쟁을 하는, 이런 관계에 대해 우리가 사회적 대합의를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려면 협치가 가능한 정치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헌법에서도 특정 조항을 갖고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주장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헌법 전문을 보면 진보와 보수가 모두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이 이미 다 담겨 있어요. 그런데 굳이 그걸 특정한 방향으로 억지로 끌어다가 반대 세력을 위축시키려고 하는 그런 행위는 하지 말고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리고 승자 독식의 선거제도나 너무 중앙집권적인 정치 시스템에서 좀 벗어나야 합니다. 지방분권을 더 강화하고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권한을 내각으로 옮겨 국무위원들이 더 많은 권한을 분담해서 자기 책임 아래 해당 분야에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실질적 권한을 갖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권력의 분산과 통합을 균형 있게 할 수 있는 그런 새로운 정치 시스템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해요. 그러면 자꾸 ‘통합해라’, ‘협력해라’, ‘화해해라’ 이렇게 요란스러운 말을 반복하지 않더라도 제도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겠지요.
독일의 경우처럼 협치가 될 수밖에 없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독일이 과거 한 때 유럽에서 민주주의가 가장 뒤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가장 민주적인 나라가 된 이유는 바로 제도적인 뒷받침을 잘 만들어 왔기 때문이에요.
21세기에도 되풀이되는 신분 세습
경제적인 빈부격차가 세계적인 추세라고 하더라도 중국의 역사 속에서 당나라 송나라 명나라를 볼 때 지나친 경제 양극화와 부의 대물림, 권력의 대물림은 결국 100년 후 사회가 붕괴하는 주요한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부의 세습 문제도 개선책이 필요합니다. 선거 제도가 있고 민주적 절차를 통한다고는 하지만 직위의 세습이 의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의 경우 실질적으로 일어나고 있거든요. 전문성을 갖는다는 점에서는 세습을 꼭 배척할 것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지만, 부의 세습을 비롯한 직업의 대물림에 변화가 필요한 시대에 직면했다고 봅니다. ‘우리 아버지가 귀족이니까 나도 귀족이다’ 하는 신분의 세습만 불합리한 것이 아니에요. 교육에서도 학교 공부를 잘했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벌고 지위가 높은 것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이렇게 부가 독점되는 현상을 개인의 능력에 의한 것인 것처럼 당연시하는 것은 신자유주의의 가장 큰 폐해입니다. 이런 관념이 경직된 사회를 만들게 됩니다.
자식이 아버지에게 돈을 물려받는 것이 정당하다는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그리고 부를 사회에 공평하게 나눠야 하듯이 재능도 나눠야 합니다. 우리는 아직도 자신이 재능을 가지고 번 돈은 모두 내 소유라고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우리들의 재능이라는 것도 다 사회적으로 주어지는 하나의 공유물인데, 자기 재능에 의해서 번 것은 다 자기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인식상의 오류입니다.
옛날에 횡행했던 신분 세습이 학교를 통해서 똑같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공부로 등수를 매겨서 권력이나 부의 독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변해가고 있어요. 그 결과 학교 공부를 못하면 기가 죽어서 자기에게 주어진 불평등을 운명적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갑니다.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의 변화 없이는 빈부격차 문제를 해결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강제적으로 부를 뺏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재능이 공유물이라는 교육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자신이 가진 재능이 사회적으로 쓰임으로 해서 자기 존재에 대한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새로운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환경 문제든 사회적인 갈등 문제든 많은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열립니다. 이런 문제를 외면하고 빈부격차를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요?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은 ‘잘난 한 명이 만 명을 먹여 살린다’ 이런 논리가 여전히 만연해 있고, 권력의 세습은 비난하면서 부의 세습은 인정하고 있잖아요. 권력의 세습을 막는 것이 민주주의라면 부의 세습도 막아야 하는데, 자본주의는 부의 세습만큼은 그대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옛날 조선 시대에 권력의 세습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듯이 지금 우리는 부의 세습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이런 문제들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강제로 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만들어 가려면 새로운 사회의 비전과 가치관에 대한 교육들이 함께 이루어져 나가야 합니다. 빈부격차 해소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단지 제도의 개선에 그쳐서는 안 되고, 삶의 가치를 바꾸는 시스템도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과학 기술의 변화에 대해서는 굳이 우리가 거론하지 않아도 사회 전체가 그 방면으로 움직여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전문가들이 적절히 대응해나가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한국이 세계적으로 급성장한 것이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성공에만 기반하고 있다고 말하는데, 저는 꼭 그것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김대중 정부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는 기초를 닦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화 사회를 제창하고 ‘IT산업과 벤처’를 육성함으로써 첨단 통신기술 연구개발에 엄청난 투자를 한 공로가 크다고 생각해요. 이것이 지금 한국 사회가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게 된 중요한 계기인데 왜 진보세력에서는 맨날 민주주의만 얘기하는지 모르겠어요. 지금 한국이 세계 10위 국가로 도약한 데는 김대중 정부가 큰 영향을 주었고, 그것이 세계적인 발전의 토대가 됐다는 점을 부각하지 않는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입니다.
주택 문제에 대한 해법
지금 시급한 문제가 주택 문제입니다. 그린벨트를 푼다든지 해서 용지가 생기면 자꾸 공공기관을 세울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을 위한 주택 문제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서울 한복판에 용산 미군 기지가 이전하게 되면, 노동자 또는 청년들의 주택을 만들고 자기 월급의 10%만 월세로 내면 살 수 있도록 하는 주택 정책을 정부에서 추진해야 합니다. 고급 아파트를 대량으로 짓는 것은 기업들에게 맡기고, 주택 공사에서는 적어도 사무직이든 생산직이든 노동자들의 경우 회사 근교에 주택 개발을 해서 출퇴근 시간을 줄여주는 이런 과감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또한 그린벨트를 풀어서 생기는 이익은 무주택자들에게 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모든 이익을 국가가 가져가도 안 되고, 개인이 가져가도 안 되도록 제도가 개선되어야 합니다. 적은 월세로 살 수 있는 공공 주택을 공급하는 적극적인 정책과 사교육을 안 하고도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공교육 시스템을 마련하는 정책들을 시행해야 빈부격차도 줄어들고, 저출산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새로운 대안들을 마련하고 공공정책을 세울 때 자꾸 다른 나라의 정책을 모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정책을 추진할 때는 무조건 학자가 주장한다고 해서 국가 정책으로 시행할 것이 아니라 먼저 지자체에서 시행해보고, 다시 광역 단위에서 시행해본 후에 평가를 한 뒤 국가 정책으로 세워나가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즉 의약품을 개발하면 먼저 임상 시험을 해서 안전성을 확보하듯이 국가 정책에도 이런 시스템이 필요해요.
국가가 안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따라 배우기를 할 때는 외국에서 다 실험이 된 거니까 그냥 따라 배우면 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정책을 논한다고 하더라도 자꾸 책 읽고 모방하기보다는 그런 아이디어들을 갖고 실현 가능한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째, 문제를 해결할 만한 아이디어인가 점검하고, 둘째, 실험을 통해 확인해보고 규모를 확대해가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럴 때 지자체에 독자적 권한을 부여해 주는 것이 필요해요. 어떤 정책이든지 지자체에서 먼저 도입해보고, 그 정책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사람이 중앙 정부로 진출해서 국가 정책으로 시행해 나가는 겁니다. 독일을 예로 들면 바이에른 주에서 시행해서 성공하면 바이에른 주를 담당했던 사람이 독일의 수상이 된다든지 하는 식입니다.
이런 실험과정을 거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려면 중앙집권적인 정치 구조를 갖고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런 국가의 장기적 비전은 진보 보수 여야를 떠나서 정치 영향을 덜 받는 (가칭) ‘국가 30년 발전위원회’와 같은 곳에서 맡아 장기적인 개발을 해나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장기적인 계획은 항상 1안과 2안을 함께 내야 합니다. 제안을 할 때 항상 1안과 2안을 함께 내놓으면 야당은 1안을 선택하고 여당은 2안을 선택할 경우 각각 수정을 해가면서 서로 경쟁을 할 수 있습니다. 조금 보수적인 안건일 때는 이런 게 보완되어야 하고, 조금 진보적인 안건일 때는 저런 게 보완되어야 하고, 각각의 장단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서 다시 수정안을 내고, 이런 방식으로 더 나은 정책을 결정해나가는 겁니다. 원자력 정책을 예로 들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뀌는 게 아니라 원자력 정책에 대한 장기적인 설계가 있어야 합니다. 만약 원전 폐쇄 쪽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급격하게 하지 말고 정해진 절차를 거쳐야 되고, 추가로 원전을 짓는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새로 지을 때는 여론조사를 해서 적절한 절차를 거쳐야지 함부로 짓지 않아야 합니다.
이렇게 국가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면 대한민국은 굉장히 희망적인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대한민국을 발전시키는 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계 문명의 창조적인 생산자 역할을 해나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모든 분야에서 창조성을 갖는다면 꼭 양적 성장을 하지 않아도 국가 발전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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