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동 바보주막에서

2021. 5. 28. 11:06소소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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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동 바보주막에서

 

어느 봄 날 연산동 바보주막에서 졸시를 읊조리다.


나 울리지 않을 자신 있어
라고 말하던 그대는 겨울이 가기 전에
떠났고 울지 않았지
도무지 그대는 잊혀지지 않고
봄은 영영 오지 않더군

낡은 영사기에 잡혀오는
화면에서조차 그대는 오래
머무는 법이 없지
그대의 웃음소리는
항상 겨울 저편에 있고,
잠시라도 우리가 하나되는
유일한 비상구...

난 숨을 죽이고 몰래 숨어들어
그 겨울에 유배된 채
그대와 한없이 오래 죽고 싶다

아, 그 눈부신 절...망
절망의 시린 파편들이 가슴에 와
박힐 즈음 비로소 THE END
자막이 떠오른다

다시 그대는 겨울에 떠나고
봄은 점점 더 멀어지고
눈 덮인 들판을 꿈속처럼 떠돌던
우리들의 겨울을,
몇 세기 후엔 더 이상
영사(映寫)하지 않는다

- 수몰지구 5 -


연산동 바보주막에서 봉하막걸리 한 잔에 전 하나


꽃잎이 흩날리는 어느 봄 날,

봉하막걸리 한 잔에 전 하나를 먹으며

바보주막 연산점에서
졸시(卒詩)를 읊조린다.

바보주막 연산점은 연산동맛집으로 유명하다.
안주 재료가 모두 신선하고
정갈하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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