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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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뒷모습
아버지의 뒷모습 아버지의 뒷모습을 처음 본 건 입대할 무렵이었다. 가을바람이 느껴졌다. 아버지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는 건 아버지의 고단한 삶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내가 아버지가 되었을 때다. 아버지의 뒷모습을 추억한다는 건 내가 힘들다는 것이다. 아버지도 많이 외로웠을 것이다. 아버지의 뒷모습이 서럽게 느껴지는 건 이제 아버지의 뒷모습을 볼 수 없다는 말이다. 이제 내 자식이 나의 뒷모습을 보게 될 때가 왔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뒷모습 뒤에는 항상 스산한 가을바람이 분다.
2021.06.03 -
조국의 시간 목차와 내용
조국의 시간 목차와 내용 조국의 시간이 연일 화제입니다. 첫 예약주문이 완판되고, 15만부가 팔렸다고 합니다. 오늘은 조국 전 장관의 회고록(자서전 아님) '조국의 시간' 목차와 내용이 무엇인지 간단하게 정리해 봅니다. ■ 조국의 시간 목차 제 1 장 시련의 가시밭길 제 2 장 나를 둘러싼 의혹들 제 3 장 통제받지 않은 괴물 제 4 장 검찰과 언론의 표적 사냥 제 5 장 빼앗긴 국회의 시간과 불쏘시개 장관 제 6 장 서초동의 장엄한 촛불십자가 제 7 장 얄궃은 운명 제 8 장 검찰 쿠테타의 소용돌이 묵묵히 걸어가겠습니다 책을 마치며 주요 사건일지 조국의 시간 목차만 봐도 그가 어떤 말을 하려고 하는지 짐작이 되고도 남습니다. 그럼에도 그가 책을 내면서 페이스북에 올린 디지털 카드를 보면서 그가 말하고자..
2021.05.31 -
조국의 시간 완판된 이유
조국의 시간 완판된 이유 조국 전 장관의 저서 이 완판됐다. 사전구매예약 첫 날인 28일 완판을 기록하며 그야말로 ‘초대박’을 터트렸다. YES24, 교보문고, 인터파크 등 대부분의 온라인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했다. 8쇄를 인쇄한다고 한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일까? BTS의 신곡도 아니고 전 법무부장관이 펴낸 책이 많은 국민들에게 어필된 이유는 도대체 뭘까? 내 나름대로 그 이유를 생각해 봤다. 대략 네 가지다. 1. 검찰과 언론, 두 칼의 노래 불과 얼마 전까지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독점권을 가지고 있었다. 한 사람의 생사여탈권이 검찰에 있었던 것이다. 그건 칼에 다름 아니었다. 그 칼은 살릴 놈과 죽여야 할 놈을 구별했다. 본인들에게 이득이 되면 겁만 주다가 칼을 거뒀고, 얻을 게 없..
2021.05.30 -
연산동 바보주막에서
연산동 바보주막에서 나 울리지 않을 자신 있어 라고 말하던 그대는 겨울이 가기 전에 떠났고 울지 않았지 도무지 그대는 잊혀지지 않고 봄은 영영 오지 않더군 낡은 영사기에 잡혀오는 화면에서조차 그대는 오래 머무는 법이 없지 그대의 웃음소리는 항상 겨울 저편에 있고, 잠시라도 우리가 하나되는 유일한 비상구... 난 숨을 죽이고 몰래 숨어들어 그 겨울에 유배된 채 그대와 한없이 오래 죽고 싶다 아, 그 눈부신 절...망 절망의 시린 파편들이 가슴에 와 박힐 즈음 비로소 THE END 자막이 떠오른다 다시 그대는 겨울에 떠나고 봄은 점점 더 멀어지고 눈 덮인 들판을 꿈속처럼 떠돌던 우리들의 겨울을, 몇 세기 후엔 더 이상 영사(映寫)하지 않는다 - 수몰지구 5 - 꽃잎이 흩날리는 어느 봄 날, 봉하막걸리 한 잔..
2021.05.28 -
굿모닝, 꿀 커피와 함께
굿모닝, 꿀 커피와 함께 모닝커피를 마시신다는 건 또 하루를 시작하겠다는 내 의지의 표현이다.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뇌를 서서히 깨우기에 커피만 한 게 없다. 따뜻한 모닝커피를 마시며 오늘 해야 할 일을 생각한다. 내가 언제부터 모닝커피를 마셨는지는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그래도 대충 20여년은 된 것 같다. 지금껏 마신 건 인스턴트커피다. 게을러서 원두를 사서 볶거나 거름망에 걸러 마시는 커피를 마셔 본 적은 거의 없다. 물론 값도 비싸고. 줄곧 인스턴트커피에 설탕 두 스푼을 넣고 마시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다 최근에 꿀 커피를 모닝커피로 마신다. 커피는 그대로고 단지 설탕 대신 꿀을 넣은 것이다. 두 스푼 정도. 처음엔 꿀 특유의 향 때문에 낯설게 느껴졌다. 꿀의 향이 진해 커피 향이 묻히는 느..
2021.05.26 -
가버린 친구 이야기 4
가버린 친구 이야기 4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드넓은 바다에 묻히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눈물을 바다에 감추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녀석은 빈 잔에 남은 맥주를 부어 내게 내밀었다. 그게 녀석이 부어주는 마지막 술잔이 될 줄은 그땐 알지 못했다. 나는 그 한 잔을 마셨지만, 녀석과 같이 취해주지 못했다. 내가 녀석의 잔에 술을 따랐다. 잔이 채워지기가 무섭게 녀석은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고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살아있는 녀석에게 채워준 나의 마지막 술잔이었다. 여기저기서 녀석에게 전화가 왔다. 신변정리를 위해 나한테 그랬던 것처럼 문자를 보냈던 것이었다. 녀석은 전화기를 붙잡고 “잘 살아라, 나는 간다.”고 되풀이했다. 그러나 나는 그때가지 여전히 녀석의 죽음을 감지하지 못했다. 아니 감지하기 싫었는..
2021.05.18